컴퓨터공학과로, 일찍부터 대기업 취업 준비한 수기

이번 하반기에 삼성전자 DS부문 S직군 신입 공채에 지원하여 합격을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쓰는 의미가 크게 없어 보이는 수기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다.

혹자는 컴퓨터공학과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일찍부터 열심히 할 거면 더 어려운 것들에 도전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할 지도 모른다. 비교가 하고 싶은 거라면 다른 곳에 가서 하시라. 소모적인 논쟁은 할 생각이 없다.

일찍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었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다만 궁금한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테니 쓴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어딨어? 하겠지만 있긴 있다. 꼭 생계 때문이 아니라도.

내 경우는 생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좀 다른 이유였다. 일찍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 꽤 오래 하게 될지도 모르는 내 분야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때문에 진로 탐색을 일찍 시작했다. 그 단순한 생각 때문에 1학년 2학기 즈음부터 매일같이 컴퓨터공학과의 취업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 않아도, 일찍부터 불안할 수도 있고, 사람은 다양하지 않은가.

제 시기에 시작하는 것과 다른 점

일찍부터 준비한다는 건 이르면 3학년 2학기, 늦으면 4학년부터 준비하는 사람들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인적성? 면접?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일찍 시작한 경우는 나중에 크게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나를 현실적으로 보기

마인드 셋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현실적으로 보는 것이다. 일찍 준비한다고 해서 남보다 당연히 우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시간만 버린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보다 대기업 취업은 어렵다. 내 주변에서 붙은 사람들 이상으로 떨어진 사람도 많다. 합격한 사람들만 합격 소식을 알리니 너도나도 붙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알아보면 주변에서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사람도 여럿이고, 면접 정도 가면 추풍낙엽이다. 붙은 사람이 몇 퍼센트네 하는 건 결과론이다. 내가 떨어지면 0%나 다름 없으니, 최종 합격을 받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 자만하게 되면 근본적인 실수를 하게 되고, 올라가긴 힘들어도 추락은 한 순간이다.

제 시기에 시작하는 것과 다른 점은, 남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올릴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적으니까, 우리가 한창 하고 있을 때 남들이 안 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그 상태로 나태해지면 진짜 중요한 때 남들이 다 치고 올라오고 나는 어느 시점에 멈춰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일이 닥쳤을 때 하는 사람들의 성장 속도는 빠르니 주의하자.

분야 선택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분야다. 최소 4년, 군대에서도 공부할 생각이면 6년 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붙들고 살 수 있어야 하니까 흥미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최대한 많은 분야를 탐험하되, 나는 다른 학우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골랐다. 대개 다른 학우들이 가지 않는 분야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비선호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있으므로 상관없다.

트렌드를 버리라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버려두는 건 상관없었다. 나중에 성취가 많이 쌓이면 심심해서라도 남들 하는 만큼은 유행인 분야도 공부하게 되었다. 자신의 분야가 당장 가장 뜨거운 분야가 아닌 게 무서운가? 그럴 필요가 없다. 지원하는 포지션이 하는 일과 완전히 맞지 않더라도, 한 분야에 전적으로 몰입한 경험만으로도 최종 합격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공부하면 알게 되지만, 지원할 포지션이 하는 일과 정확히 같은 일을 해본다는 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했다.

대외 활동, 공모전, 인턴 등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상관없지만, 옵션이었다.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은 좋은 경험이었다. 팀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고, 여러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찍부터 준비하게 되면 남는 시간이 많으므로, 꼭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지 않았지만, 학부 연구생이나 전공 관련 유명 동아리, 인턴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오픈 소스 커밋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차피 긴 길 가다 보면 중요한 기여 하나 정도는 하게 되니 너무 그것에만 매달리지 말자.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정량적으로 뒤쳐질까 걱정될 수도 있다. 그래도 끝까지 가는 데 아무 지장 없으니 걱정 말자.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정량적인 면만 따지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면접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학

중요성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 L은 어학 점수가 취업과 관계가 크게 없다고 설명회에서 말하더라. 내 경우는 1학년부터 시험을 봐둬서 군대도 카투사로 갈 수 있었고,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들어가는 데도 쓸 수 있었다.

학점

전공 학점은 중요했다. 프로젝트 한다고 학점을 버리는 짓은 하지 말자. 선택이 아니다. 제대로 한 분야를 파고 들었다면, 기반이 되는 전공 과목은 당연히 열심히 들었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4.5나 수석을 목표로 한 적은 없지만 그저 최선을 다 하는 정도는 했다.

지원 기업 선정

제발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안 쓰지 말자. ‘분야 선택’에서 얘기했듯 한 분야에 집중한 경험이 있으면 된다는 곳이 많다. 실제로도 페널티가 되지 않으니 자신있게 쓰자.

자기소개서, 인적성, 면접

자기소개서는 아는 선배가 있으면 좋다. 사실 한 분야에 집중해서 파고들었다면 졸업할 시점에는 어떤 곳이든 선배가 최소한 한 두 명 씩은 있을 것이다. 보내드리고 첨삭을 받자. 인재상도 결국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니, 취준생들끼리 의미 없는 기 싸움은 그만 두고 선배들의 감을 믿자.

인적성은 보통 한 2주 전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랬다.

면접은 기존에 했던 일들 늘어놓고 복습하면서 준비했다.  취업 스터디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어차피 노선이 많이 달라서 서로 도와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혹시 영향 받을까 인터넷에서 면접 기출도 안 찾아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내 면접과는 질문이 많이 달랐다. 오히려 봤다면 헷갈렸을 것이고, 그런 질문에 대비하고 잘못된 자신감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떨어도 상관 없다. 중요한 자리니까, 떠는 건 당연하다. 그게 당신의 초심이니 간직하시라.

마무리

써 놓고 보니 교과서대로 공부했더니 수능을 잘 봤다는 얘기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굴곡이 많은 과정이었다. 종종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면 어떤 일이던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본인이 직접 해보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긴 준비는 짧은 준비에 디테일을 추가해서 잡아 늘린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코스를 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불안했고, 이 졸문을 끝까지 읽은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도 평생 알아주지 않을 것 같은 노력을 해가며 혼자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면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것의 진짜 목적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노력이라는 건 짧은 시간에 모두가 알아채지 못하니까, 장기적으로 보면서 여러가지로 문서화하기도 하고 증인도 만들고 그러는 거다. 새해 벽두부터 시간과 날짜를 잊고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는 모든 ‘지상의 별’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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