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 – 1규카츠=1시간, 그리고 아사쿠사

 

모든 일의 시작


기다릴 때는 죽어라 안 오던 전역은, 포기하자 성큼 다가왔다. 많은 전역을 앞둔 장병들처럼 나 역시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일본 여행이다.

지난 몇 년간 나는 급행 KTX와 같았다. 필수적인 것들을 제하면 모든 것을 밀어 젖히며 달려왔다. 대학 1학년부터 머리 속 깊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존재했다.

그러던 차에 일본을 자주 가던 친구를 보며 불현듯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본어도 꽤 하고, 일본에 대해서도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잘 아는 게 분명했으니. 결국 이 친구는 거의 패키지 여행의 가이드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시기도 결코 한가한 시기는 아니었다. 굳이 어떠냐고 한다면 저학년 때보다는 훨씬 힘든 시기였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한 건, 더 미루면 기회는 다시 안 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주변 환경은 새로운 도전을 한 나에게 환영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일정은 계속해서 바빠지기만 하고, 엔화는 미친듯이 올랐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닌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오르다


항상 하던 바와 같이, 내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사히 친구와 함께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하늘 위를 표표히 떠가는 구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를 업으로 삼으려는 학생으로서, 인터넷과 연결이 끊어진다는 건 생명줄을 포기하는 것이다. 집과 통화도 할 겸, 와이드모바일에서 포켓 와이파이를 빌려갔다. 생각보다 훨씬 요긴하게 쓰였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롭게 인터넷을 썼던 것 같다.

생명줄과 같은 와이파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일본에 가서 그런지, 일본에 내렸음에도 딱히 감흥은 없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한국어/한글 표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주가 되는 언어가 일본어가 되었을 뿐. 이미 영어가 주가 되는 카투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그에 비하면 일본은 외국이라는 생각조차 잊힐 정도였다.

공항에서 영어로 몇 마디를 해야 했으나 그건 군 내에서 더 많이 했던 일이니 자연스러웠다. 일본이라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든 건 ‘철도 교통 릴레이’였다.

생각지도 못한 복병, 토큰.

당연히 일회용 카드를 쓸 거라는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일본은 토큰을 썼다. 이거 은근히 잃어버리기 쉬워서 지키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 시작부터 친구가 한 번 바닥에 흘렸는데, 뒷면이 열차 바닥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이라 찾느라 매우 고생했다.

1규카츠=1시간


첫날 첫 일정은 아사쿠사였다. 점심 즈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열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이상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 한참을 헤매어 오후 두 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주변에 규카츠 집이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없어 보이길래 줄을 섰다.

날은 덥고…

헌데 그 줄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햇빛이 우리를 선명하게 핥고 있었다. 지난 주에 다나와 행사에 가서 부채를 받았던 걸 넣어 놨던 게 정말이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난 첫 날도 넘기지 못하고 저기서 녹아버렸을 거다.

대략 한 시간이 좀 넘어서야 가게 안으로 들어가나 싶었더니, 계단에도 줄이 있었다!

계단에도 줄이라니

정수리에 정통으로 내리 꽂히는 태양 광선은 피했다. 그러나 계단 역시 찜통인 건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한 일곱 번 쯤 들어서야 우리는 가게 안에 입성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반을 지불해서 받은 규카츠.

양은 당연하게도 많은 걸 시켰는데, 뭔가 배가 고프다기보단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버텼는데 당연히 많이 먹어야지.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저렇게 버틴 뒤에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었을 터다.

다 먹고 나왔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아사쿠사


비 내리는 아사쿠사

비가 올 거면 일찍 좀 올 것이지. 규카츠 기다리느라 녹아내릴 지경이었는데도 비가 안 오다가 나오니까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확실히 시원해지긴 했으니 나쁘진 않았다.

신사에 왔으면 오미쿠지를 뽑아봐야 하는 법이다. 이게 랜덤 박스 게임과 정 반대로 좋은 운이 나올 확률이 높은 뽑기인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러나 대길을 뽑아서 나쁠 거 뭐 있겠는가.

그런 뒤에는 주변을 조금 돌아다녔다. 여러 곳을 구경하다 어떤 카페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먹었다.

일본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문화 차이는 ‘흡연 문화’였다. 이는 나를 매우 당황하게 했는데, 일본은 식당 전체 금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본을 떠올리면 거리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담배 연기가 떠오른다. 좋고 나쁨을 떠나 그냥 신기했다.

이미 온 몸은 녹초가 되었으나 여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고, 우린 소중한 시간을 써서 여기에 있는 거였다. 다음 코스인 도쿄 스카이트리 방문을 위해 전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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