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을 돌아보며

이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사실 23-1기인 제가 이 시점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시에 알 수 없는 사실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느낀 점을 바로 쓰기엔 상당히 짧은 생각이 그대로 나올 우려가 있으므로 조금 기억이 무르익은 후에 쓰려 했습니다. 이제는 제 안에서 평가가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지라 써 보려 합니다.

우선 저는 23-1기로 들어갔고, 약 1년 9개월간 멤버십 생활을 한 후 카투사에 입대하여 지금 3차 휴가를 나온 상황입니다.
앞날을 알 수 없으므로 이 글이 이 글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정말 많은 것이 변했고, 변할 예정입니다.

1. 시작

지원하게 된 동기는 슈퍼 루키 멤버십 때문이었습니다.
수능 전에 뜬금없이 받게 된 권유로 ‘멤버십’이라는 제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안 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학교 1학년때는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딱히 준비를 한 건 아닙니다. 나래온 툴은 멤버십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멤버십을 노렸다면 그리 좋은 조합은 아니었을 겁니다. 델파이로 제작된 프로그램에 비주류인 SSD 툴박스라니? 당시에도 큰 기대는 안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되었고, 예상치 못하게 최우수 성적으로 OT때 단상에 서게 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2. 생쌀과 밥

붙자마자 예비 소집으로 불려가서는 당장에 단기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기 세미나는 컴퓨터 공학 과정을 수 주 내에 압축한 형태였는데, 이제 막 1학년을 끝낸 제게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예습을 하게 된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단기 과제는 프로젝트를 하나 정해서 단기에 마치는 건데, 평소에 해커톤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즐길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 기수는 실제로 결과를 보면 설익은 밥 이상의 생쌀 비슷한 무언가가 나왔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MVP라도 되려면 창의 과제 정도는 되어야 할 듯 합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저도 죽을 각오로 임했습니다만 한참 모자랐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등수로는 꽤 좋았지만 저희 팀은 별로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아쉬움은 창의 과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3. 도돌이표

그리고 첫 창의 과제는 단기 과제의 연장이었습니다. 쌀 포대를 가져다가 생쌀을 붓는 걸로 단기 과제를 마쳤으니, 이제 쌀을 씻고 물을 붓고 밥을 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우리가 생쌀이라고 믿었던 무언가는 돌이 섞인 쌀이었으며, 돌을 골라내려다 쌀보다 돌이 많은 현실을 깨닫고는 새로운 쌀 포대를 사게 됩니다. 넵.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결국 멤버십 내부에서는 잘 해봐야 연장 과제라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들 좌절했지만 쓰러져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곳은 바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였습니다. 다행히 공모전에서는 꽤 선전을 합니다.

안 그래도 힘든 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이런 이슈까지 터지고 맙니다.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멤버십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멤버십에서도 인원 풀이 적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존재합니다. 다음 이슈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스스로 해결하게 됩니다. 그보다 지금 글을 쓰면서 보니 멤버십에 있는 동안 나래온 툴을 그다지 잘 돌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4. A+

리더의 갑작스런 삼성 과제 행으로 팀은 분해되었고, 저는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납니다.

새로운 팀에서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제 SSD 추천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채택되었습니다. 사용자 I/O 트레이스를 분석해서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ETW라는 기능을 연구하다가 윈도 커널에 대해서 처음으로 제대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관심이 제대로 된 공부로 연결된 건 입대 후였습니다.

지난 과제까지의 강행군에 질린 우리는 이번 과제는 스케줄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관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밀리는 일이 없이 제때제때 완성하게 한 결과 멤버십 인들이라면 다들 겪었을 밤샘 강행군 없이 끝나게 됩니다. 이례적으로 중간 평가때 숨길 게 없는 과제였습니다. 특히 팀원분들이 정말 다들 잘해주셔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특성은 다음 과제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완벽한 팀웍, 완벽한 스케줄. 이 과제는 A+을 받습니다.
이 과제가 사용자들에게 공개가 안 된 이유는 순전히 무의미한 키보드 배틀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5. End And…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SSD 수명 테스트 툴이 왔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안타까운 게 군대 가기 직전에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들도 면접 준비하시느라 지난번 만큼의 화력은 못 보여주셨습니다. 그래도 한 번 측정은 해 보았으니 다행이라고나 할지.

마지막 학기라서 그런지 다른 멤버십 인들과 놀러 다닌 기억이 더 많이 나는 듯 합니다.

6. 기타

이외에도 임베디드 C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임베디드 C 강의는 아니고 그냥 포인터 강의였는데 유용한 지식을 많이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기 세미나와 함께 멤버십에 들어와서 좋았던 두 가지 중 하나였습니다.

거의 마지막 즈음에 과제 관련해서 총회에서 토론을 하는데, “과제를 시작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들여야 하는 제도”를 만든다길래 그동안 멤버십에서 느꼈던 설움(?)을 바탕으로 그거 시행하면 제 분야는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분야를 하는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없었지만…
제가 나간 이후에 약소 분야(?)를 하시는 분들은 어땠는지 좀 궁금합니다. 이 글이 검색될 일은 별로 없겠지만 아주 만약에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는다면 후일담 부탁드립니다.

2차 휴가 때 멤버십에 계시던 운영자 분이 저보고 교육장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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