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100도가 되어도 끓지 않는다 – 아무리 해도 일이 잘 안 될 때

기준: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부모님께서는 예전에, 성적이 공부를 덜 해서 안 나온 건지 아니면 최선을 다 해도 안 되었던 건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사실 세상의 대다수를 이루는 케이스는 본인이 계획한 만큼 몰입하지 않은 경우다.

물론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일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도 있잖은가. 인생에서도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담아두는 일은 탓할 것은 아니며, 본인 인생의 포트폴리오에서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케이스는, 나눠 담다가 어떤 부분에 필요 최소량의 노력을 배분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그런 케이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직 안 해봤다면 꼭 해보라. 대다수는 성공하는데 그렇다면 본인에게 좋은 일이고, 아니라도 100%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몰입에 대한 과신이 있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몰입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은 건 당연하다. 부단한 노력은 성공에 필요한 다종다양한 요소들 중 단 하나에 불과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할 경우 덜 노력했을 때보다도 심하게 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 진짜 본인이 생각해도 전심전력을 다 했는데도 안 풀리는 경우에 대한 와 닿는 얘기는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부족한 경험에 졸문이 될 것이 뻔한 글이라도 써보려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 초반에는 도움, 후반에는 인지부조화

잘 안 될 때에 대한 가장 많은 조언이 ‘긍정적인 마인드’다. 보통 상황에서는 상당히 유용하며, 나도 초반에는 그런 마인드의 도움을 좀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결정적으로 속으로 지쳐버리는 순간이 온다.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떠올려도 정신 자체가 피로해지면 움직일 수 없다. 긍정을 현실에서 비유하자면 잘 해봐야 진한 커피쯤 될 것이다. 현실의 피로를 어느 정도 이겨내게 해 주는 그런 존재는 맞다. 그러나 진짜 문제가 있을 때, 뭐라도 더 해보겠다고 매일같이 너무 많이 마시다간 후폭풍이 말할 수 없이 크다.

물이 섭씨 99도일 때 딱 1도만 올리면 끓는다고 알고 있는가? 물은 100도가 되었다고 즉시 끓지 않는다. 물을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의 약 500배가 더 들어가야(잠열), 결국 끓어서 증발하게 된다. 인생에서도 그런 순간이 오는데, 다 된 것 같은데 아무리 노력을 부어도 성과가 안 날 때가 그런 때다.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를 다 뛰었더니, 결승선을 넘는데 200km를 뛰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같다. 과연 지금까지 했던 노력의 5배가 넘는 노력을 당신은 긍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가? 더군다나 현실에선 얼마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는데? 아예 그 날이 안 올 지도 모르는데? 가능한 경우는 해도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달하는 곳은 인지부조화다. 고로 본문에서 다루는 상황이라면, 오래 쓸 것은 못 된다.

마음을 비운다?: 그게 쉬웠다면

한 때 힐링 열풍이 불면서, 근교에 나가서 쉬거나 마음을 비우는 것이 대책이라고 제시된 적이 있었다. 나는 경험을 통해 믿지 않았는데, 그게 쉬웠다면 종교인들이 평생 마음을 비우기 위해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역시나 최근에 읽었던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참 많이 공감하면서 본 책이었다.

… 상념은 바로 그런 이완의 순간에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여 펼쳐지기 시작한다 … 잠시나마 생각을 멈출 수 있게 되면 곧 막연한 불안이 그 자리를 채운다. …

꼭 저자가 말하는 케이스가 아니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저 케이스가 아닌 경우 중, 마음을 비우는 걸로 해결될 수 없는 사례 하나가 다른 책에 소개되는데, 이 사람은 현실의 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심리적 해결 방법을 찾게 되었다. 역시 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한 번 시도는 해보되, 안 되는 데도 너무 오래 붙잡아서는 안 된다. 우린 마음 공부가 본업이 아니고, 어쨌든 현실의 일을 해야 되잖은가.

다른 일에 도전한다?: 가장 도움 받기 좋지만,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종종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그 일은 지금 잘 안 되니깐, 다른 일에 도전하면서 시간을 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차단되는 때는 적지 않다. 불행의 속성 중 하나가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 때면 위에서 말한 분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음에도 잘 안 된다고 말들 한다. 인간 관계도, 일도, 가족도, 그 외에 다른 것들도 힘들다는 얘기는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것에 손댔다가 더 큰 실패를 맛보고 반작용으로 벼랑으로 몰리는 수가 있다.

결론: 요지는 시간 끌기다

뭘 해도 안 될 때는, 대놓고 얘기하면 운이 없을 때는, 소나기가 끝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꼭 운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일이 안 되기 시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상황도 안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무언가 하는 게 독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세 방법이 각각 한계가 있음에도 쓰이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마법처럼 마음 속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내 분야에서 유명한 ‘은 총알은 없다(만능 해결책은 없다는 뜻)’는 말은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저 세 가지나 그 외 어떤 방법이던 쓰면서, 좋아지면 좋고 아니면 시간이라도 끌겠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게 최선이다. 그러면서 모든 게 가장 나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좀 풀려서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하게 손을 댈 수 있게 되던, 현실이 좀 풀려서 나 자신이 나락에서 끌어 올려지던 말이다. 어차피 지금이 진짜 가장 어두운 밤이라면 더 어두워질 수 없으며, 바뀐다면 오는 건 새벽 뿐이다.

지금도 세상에는 온도로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잠열을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성공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내가 요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말을 소개하며 마치려 한다.

시작이 좋다고 끝도 좋은 것은 아니며,
시작이 나쁘다고 끝도 나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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