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온 툴을 만든 선택들 – 4. 목 마른 이방인, 첫 삽을 뜨다

이 글이 다루는 시기: 2012년 5월

= 개발 시작까지 2개월 남음
= 첫 버전 공개까지 3개월 남음


나래온 툴이 있게 한 결정적인 선택은 그 다음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120GB는 좀 작았다. 두 개라 해도 맘대로 240GB를 쪼갤 수 없다는 점은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256GB SSD를 찾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제품은 두 가지였다. 삼성 830과 라이트온 S100이였다. 후자가 더 저렴했다. 그럼 나의 선택은? 당연하지 않은가. 라이트온 S100을 주문했다.

나래온 첫 버전은 아니고, 2번째 버전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관리 도구가 없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목 마른 사람이었고,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한 프로젝트를 잡고 5년 간 개발, 아니 삽질한 경력이 있다. 비록 후반부 고등학교 3년 간은 시간이 없어 개발(犬足)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고는 하나, 한 프로젝트와 라이프 사이클이 끝까지 돌 때까지 같이 있는 건 학생 개발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학생들 공모전에서 수상 작품 이름 하나를 잡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라. 대부분의 작품은 제출된 뒤 버려진다. 그러나 나는 제작-폐기-제작…의 사이클을 깨고 조악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끝까지 가본 터였다. 내가 그 때 왜 ‘끝까지 간다’는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험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 쓸모는 바로 참을성이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정말 자료가 없었다. 지금도 ATA 명령 관련해서 인터넷 검색해보면 나오는 게 별로 없다. 2012년 당시에는 더욱 없었다. 그래도 지지난 프로젝트 후반 2년 간 어둠을 헤치며 나아갔던 시간들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장기전을 위해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ps. 사실 본 프로젝트 기획과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좀 더 있는데, 그건 이 쪽에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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